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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이라는 시스템에 화가 나는 이유 - 교사의 강의력에세이 2024. 5. 14. 22:15
이 글을 읽는 이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교사들이 얼마나 잘 가르친다고 생각했나? 물론 교사마다 달랐겠지만 '이 선생님은 잘 가르친다'라고 생각하는 교사의 비중이 전체의 몇 퍼센트 정도 됐었나? 내 기억을 더듬어보면 잘 가르친다고 생각이 드는 교사의 비중이 50%를 넘지 못했다. 나머지 50%가 넘는 교사들의 역량은 그냥 혼자 공부하는 것과 비슷하거나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도 시간이 아까운 수준이었다. 내가 유독 교사에 대한 평가에 가혹한 삐딱한 학생이었을까? 자기 객관화의 문제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사실이었다. 50%도 후하게 평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평가가 가혹해진 이유를 굳이 찾아보자면 내가 그 당시 들었던 인터넷 강의가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만약 내가 인터넷 강의의 존재를 모른 채 학교 수업만 들었다면 '아, 가르치는 사람은 이 정도가 최선이고,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내 잘못이구나'라고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인터넷 강의를 통해 전국에서 탑클래스 강의력 강의를 경험하며 이 정도로 잘 가르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여기서 잘못한 것은 누구일까? 강의력이 전국 탑클래스인 인터넷 강의 강사? 그 강의를 보며 눈이 높아진 학생? 전국 탑클래스 강의력과 비교되며 비루한 평가를 받는 학교 교사?
교사의 다양한 역할이 있겠지만 '가르치는 일'은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는 강의력으로 교사들이 평가, 보상 받는 시스템이 없다. 교원능력개발평가라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무의미하다. 기본적으로 학교의 교사들은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에 가까운 지위를 갖고 있다. 성과 또는 강의력과 관계 없이 호봉에 따라 매년 급여가 똑같이 올라간다. 학생들이 그 교사가 얼마나 잘가르친다고 느끼는지는 그 교사의 급여에 1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교사와 강사를 구분하며 교사는 강사와는 다른 어떤 성스러운 의무가 있고 '잘 가르치는' 것은 강사에게나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는 주장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말 화가 나는 변명이다. 물론 교사에게는 강사와는 다르게 잘 가르치는 것 이외에 요구되어지는 자질과 의무들이 있다. 어쩌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한 학생을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키워내는 것이 훨씬 중요한 역할일 수 있다. 나는 두가지 지점을 짚고 싶다. 1. 그러면 교사들이 그 중요한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2. 그 중요한 역할이 지식전달은 좀 못해도 되는 이유가 될 수 있는가?
차라리 깔끔하게 인정을 하면 모르겠다. 잘 가르치는 일은 공교육에서는 한계가 있으니 사교육에서 보완을 받으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사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하나의 악처럼 치부한다. 그들은 학생에 대해 학교 수업은 열심히 듣지 않으면서 학원 선생님 말은 잘듣는다고 화를 낸다. 학원을 보내고 선행학습을 받는 학부모들을 나쁜 사람을 만든다. 정말 어이가 없다. 그런 현상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공교육과 사교육의 강의력 차이에서 오는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공교육 내에서도 EBS를 통해 강의력이 훌륭한 컨텐츠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EBS 인터넷 강의는 확대, 강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내가 위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등교육과정 자체에 공교육의 특성과 존재 이유에 맞는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하다.